"버킷리스트"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풍경이 떠오르시나요? 많은 분들이 아마도 히말라야의 장엄한 설산을 떠올리실 텐데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평생에 한 번은 내 두 발로 세계의 지붕을 걷고 싶다는 꿈.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났던 네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 트레킹의 모든 것을 오늘 탈탈 털어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사실 처음엔 '길도 잘 닦여 있는데 굳이 가이드가 필요할까?' 싶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하도 물어보는 친구들이 많아서, 제 경험을 바탕으로 A부터 Z까지 꼼꼼하게 정리해 보기로 마음먹었답니다. 저와 함께 히말라야로 떠날 준비, 되셨나요?

네팔 EBC 트레킹, 꼭 가이드가 필요할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예요. "가이드나 포터 없이 자유 트레킹, 정말 괜찮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충분히 가능하다"입니다. EBC 코스는 생각보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고, 길을 잃을 염려가 거의 없어요. 전 세계에서 온 트레커들로 항상 붐비기 때문에 외롭거나 무서울 틈도 없고요. 물론, 가이드와 함께라면 현지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을 듣고, 짐을 들어줄 포터 덕분에 한결 가볍게 걸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오롯이 자신만의 속도로, 히말라야의 대자연과 교감하고 싶다면 자유 트레킹은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스스로 계획하고 부딪히며 얻는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이거든요.


네팔 ebc

핵심만 콕콕! EBC 트레킹 3대 추천 코스 

EBC 트레킹이라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길을 걷는 건 아니에요. 대표적으로 세 가지 코스가 있는데, 저마다의 매력과 난이도를 가지고 있답니다. 여러분의 체력과 일정을 고려해서 최적의 코스를 선택해 보세요.

코스 종류 소요 기간 주요 포인트 및 특징
10-Day Gokyo Trek (고쿄 트렉) 약 10일 에메랄드빛 고쿄 호수(4,790m)의 비현실적인 풍경과 고쿄 리(5,357m)에서 바라보는 파노라마 뷰가 핵심. EBC보다 비교적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음.
12-Day Everest Base Camp Trek (EBC 트렉) 약 12일 가장 대중적인 왕복 코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4m)를 직접 밟고, 칼라파타르(5,545m)에서 일생일대의 에베레스트 일출/일몰을 감상.
15-Day Three Passes Trek (쓰리 패스 트렉) 약 15일 이상 콩마 라(5,535m), 촐라(5,420m), 렌조 라(5,360m) 3개의 험준한 고개를 넘는 가장 도전적인 코스. 체력 소모가 크지만 히말라야의 숨겨진 속살까지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루트. (제가 선택한 코스!)

저는 이왕 네팔까지 간 김에 히말라야의 모든 것을 경험하고 싶어서 망설임 없이 '쓰리 패스' 코스를 선택했어요. 현지인들은 이걸 '그랜드 루프'라고 부르더라고요. 정말 힘들었지만, 그만큼 평생 잊지 못할 풍경과 성취감을 선물해 주었답니다.


네팔 트레킹

 

카트만두 도착! 트레킹 준비 A to Z 

모든 여정은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시작됩니다. 트레킹에 나서기 전, 꼼꼼하게 준비해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어요.

카트만두 필수 준비 리스트 📝

  • 환전 & 유심: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환전과 유심카드 구매를 해결하세요. 시내보다 환율이 나쁘지 않고 편리합니다.
  • 공항-시내 교통: 여행자들의 베이스캠프인 '타멜(Thamel)' 지역까지는 택시를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InDrive' 같은 앱을 사용하면 바가지요금을 피할 수 있고, 흥정하면 보통 600~700루피(약 6~7천 원) 정도면 충분합니다.
  • 숙소: 타멜 거리에는 저렴한 호스텔부터 괜찮은 호텔까지 숙소 선택의 폭이 넓어요. 저는 에어컨도 있고 침대마다 커튼이 달려있던 'Flock Hostel'에 묵었는데, 1박에 1,000루피(약 1만 원) 정도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하거나 현장에서 직접 보고 결정해도 괜찮아요.
  • 식사: 네팔에 왔으니 현지 음식을 맛봐야겠죠?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달밧'은 물론, 우리네 수제비와 비슷한 '셰르파 스튜', 만두인 '모모'는 꼭 드셔보세요. 산에 올라가면 메뉴가 단조로워지니 카트만두에서 맛있는 음식을 충분히 즐겨두는 게 좋습니다.

 

네팔 트레킹 음식

드디어 대장정의 시작, EBC 트레킹 

카트만두에서 준비를 마쳤다면 이제 진짜 트레킹 시작점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보통 루클라(Lukla) 공항에서 트레킹을 시작하는데, 여기까지 가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이동 방법 소요 시간 비용 특징
1. 경비행기 (카트만두→루클라) 약 30분 높음 (편도 약 $200) 가장 빠르고 편하지만,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 결항이 잦음.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으로 불리는 만큼 스릴은 덤.
2. 지프 (카트만두→수르케/살레리) 1~2일 중간 육로로 이동하며 네팔의 현지 풍경을 즐길 수 있음. 비포장도로가 많아 멀미 주의. 저희 6명은 이 방법을 선택했어요!
3. 버스 + 지프 2일 이상 낮음 가장 저렴하지만 가장 힘들고 오래 걸리는 방법. 극한의 배낭여행을 즐기는 여행자에게 추천.

어떤 방법으로든 트레킹 시작점에 도착했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두 다리와의 싸움입니다. 초반에는 고산에 적응하기 위해 '무조건 천천히' 걷는 것이 중요해요. 길 중간중간에 롯지(Lodge)라는 산장이 잘 마련되어 있어 숙식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팔 트레킹


💡 알아두세요! 트레킹 퍼밋 발급
트레킹 시작점에서 약 16km 정도 걷다 보면 사가르마타 국립공원(Sagarmatha National Park) 입구가 나옵니다. 이곳에서 두 종류의 티켓을 구매해야 해요. 공원 입장료와 트레킹 퍼밋인데, 총비용은 1인당 5,000루피(약 5만 원)입니다. 이 퍼밋은 트레킹 내내 잘 보관해야 하니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공원 입구를 지나 4~5km 정도 더 올라가면 '남체 바자르(Namche Bazaar)'라는 제법 큰 마을에 도착합니다. 이곳이 고산으로 올라가기 전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보급을 할 수 있는 곳이니, 필요한 물품이 있다면 꼭 챙기세요!


네팔 EBC 트레킹

 

EBC 트레킹, 이것만은 알고 가자! (꿀팁 모음) 

히말라야는 아름답지만,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닙니다. 성공적인 트레킹을 위해 몇 가지 현실적인 팁을 알려드릴게요.

  • 쓰리 패스의 위엄: 콩마 라, 촐라, 렌조 라 고개를 넘는 것은 정말 힘든 도전입니다. 단순히 높은 고도 때문이 아니라, 험준한 너덜길과 빙하를 건너야 하는 구간이 많기 때문이죠. 특히 첫 번째 고개인 콩마 라를 넘을 땐 추쿵(Chhukung)과 로부체(Lobuche) 사이 약 14km 구간에 아무런 롯지가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충분한 물과 비상식량을 챙겨야 합니다.
  • 인터넷과의 작별: 딩보체(Dingboche) 마을을 지나면 휴대폰 신호는 거의 잡히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편해요.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Everest Link' 같은 와이파이 카드를 구매해야 하는데, 이게 꽤 비쌉니다. 1,000루피에 24시간만 사용 가능하고, 신호도 롯지 식당 근처에서만 겨우 터지는 수준이에요. 이참에 디지털 디톡스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 고산병은 누구에게나: 고산병은 체력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습니다. 두통, 메스꺼움,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절대 무리하지 말고, 고도를 낮추거나 하루 더 쉬면서 적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천천히, 그리고 더 천천히'가 히말라야의 제1원칙임을 잊지 마세요.

자주 묻는 질문 ❓

Q: EBC 트레킹, 등산 초보자도 가능한가요?
A: 네, 가능합니다. EBC 트레킹은 전문적인 등반 기술이 필요한 코스는 아닙니다. 다만, 하루에 5~7시간씩 꾸준히 걸을 수 있는 기본 체력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고소적응이 가장 중요합니다. 평소 꾸준한 유산소 운동으로 체력을 길러두시면 큰 도움이 됩니다.
Q: 가장 추천하는 트레킹 시기는 언제인가요?
A: 건기인 3~5월9~11월이 가장 좋습니다. 이 시기에는 날씨가 맑고 안정적이어서 히말라야의 설산을 가장 선명하게 조망할 수 있습니다. 몬순 시즌인 6~8월은 비가 많이 오고, 겨울인 12~2월은 너무 추워서 트레킹이 어렵습니다.
Q: 고산병 예방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 충분한 물 섭취(하루 3~4리터 이상), 고도를 천천히 올리는 것, 충분한 휴식이 가장 중요합니다. 예방약으로 '다이아막스'를 처방받아 가는 경우도 많지만,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반드시 의사와 상담 후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네팔트레킹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은 단순히 힘든 산행이 아니라, 제 인생의 가치관을 바꿔놓은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대자연의 위대함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저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저를 만나는 시간이었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언젠가 히말라야의 바람을 맞으며 걷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댓글로 물어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