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하다 보면 정말이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어? 우리 아이, 혹시…' 하는 걱정이 훅 치고 들어올 때가 있죠. 특히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온 신경이 곤두서는 시기에는 더욱 그런 것 같아요. 저 역시 아이의 작은 습관 하나에 밤새 인터넷을 뒤지며 가슴 졸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최근 한 어머님께서 21개월 된 아이의 특정 행동들 때문에 자폐 스펙트럼(ASD)이 아닐까 걱정하는 글을 보게 되었어요. 말을 100단어 가까이 하고, 지시도 잘 따르고, 애정 표현도 풍부한 사랑스러운 아이지만, 흥분할 때 발끝으로 서거나 손목과 발목을 돌리는 행동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고 하셨죠. 병원에서는 아직 평가가 필요 없다고 했지만, 부모의 마음은 그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많은 부모님들이 한 번쯤 고민해 보셨을 법한 주제, '우리 아이의 조금 특별한 행동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과연 어떤 경우에 주의 깊게 봐야 하고, 우리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저의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짚어드리겠습니다.
💖 먼저, 긍정적인 발달 신호부터 확인해요
걱정되는 마음에 앞서, 아이가 얼마나 잘 크고 있는지 먼저 짚어보는 게 중요해요. 질문을 주신 어머님의 아이처럼, 사실 많은 아이들이 건강한 발달 신호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거든요.
발달 영역 | 긍정적인 신호 예시 (21개월 전후) |
---|---|
언어/의사소통 | - 50~100개 이상의 단어를 말하고, 두 단어를 연결하기 시작해요. (예: "엄마 까까") - "이거 뭐야?", "어디 있어?" 같은 간단한 질문에 답해요. - "신발 가져와", "문 닫아" 등 간단한 지시를 이해하고 따라요. |
사회성/상호작용 | - 손가락으로 가리키기(포인팅), 손 흔들기, 박수치기를 해요. - 부모가 가리키는 곳을 함께 쳐다보는 '공동 주시'가 가능해요. - 다른 사람의 행동을 모방하고, 소꿉놀이 같은 흉내 내기 놀이를 즐겨요. - 친숙한 사람에게 미소 짓거나 인사하며 상호작용해요. |
인지/정서 | - 책이나 TV 속 동물을 알아보고 이름을 말해요. - 부모에게 장난감이나 책을 가져와 함께 놀자고 표현해요. - 가족에게 안기거나 뽀뽀하는 등 애정 표현을 해요. |
만약 우리 아이가 위와 같은 모습을 꾸준히 보인다면, 사회적 상호작용과 언어 발달의 기본 토대가 아주 잘 형성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랍니다. 이 점을 먼저 마음에 새기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한결 편안해질 거예요.
🤔 부모님을 걱정시키는 행동들, 하나씩 짚어보기
자, 이제부터는 부모님의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그 행동들을 하나씩 자세히 들여다볼 차례입니다. 중요한 건, 이 행동들이 '왜' 나타나는지, 그리고 '어떤 맥락'에서 나타나는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1. 흥분할 때 발끝으로 걷고 몸을 뻣뻣하게 해요 👣
까치발, 즉 발끝 걸음은 사실 만 3세 이전 아이들에게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행동이에요. 아이들은 걷는 법을 배우면서 자신의 신체를 탐색하고, 다양한 감각을 시험해 보거든요. 특히 기분이 좋거나 흥분했을 때 일시적으로 발끝으로 서거나 걷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발달 과정일 수 있습니다.
✔️ 체크포인트: 다만, 아이가 대부분의 시간을 발끝으로 걷거나, 차분한 상태에서도 발바닥 전체를 땅에 딛지 않는다면 다른 원인(예: 아킬레스건 문제 등)이나 발달상의 특성을 고려해 볼 수 있으니, 이 점은 유의해서 관찰해 주세요.
2. 손목과 발목을 빙글빙글 돌려요 (상동행동) 🌀
이 부분이 아마 가장 큰 걱정거리일 거예요. 손이나 손목을 흔들거나, 몸을 앞뒤로 흔들고, 손목/발목을 돌리는 등의 반복적인 행동을 '상동행동(Stimming)'이라고 불러요. 이 행동은 자폐 스펙트럼의 주요 특징 중 하나로 알려져 있어 많은 부모님들을 불안하게 만들죠.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실! 상동행동은 자폐 스펙트럼이 없는 일반 아동에게서도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강한 감정(기쁨, 흥분, 불안, 지루함)을 스스로 조절하기 위해 이런 행동을 사용하곤 해요. 마치 어른들이 긴장될 때 다리를 떨거나 손톱을 물어뜯는 것처럼요.
✔️ 체크포인트: 이 행동이 자폐 스펙트럼과 관련이 있는지 판단하려면 '정도'와 '기능'을 봐야 합니다.
- 빈도와 강도: 하루 종일,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나요?
- 기능 방해: 이 행동 때문에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밥을 먹거나,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데 방해를 받나요?
- 상황: 단순히 흥분했을 때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나요, 아니면 특별한 이유 없이 계속되나요?
3. "우유 마실래?" 같은 질문에 대답을 안 해요 🤔
이 부분도 많은 부모님들이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에요. 아이는 "신발 가져와" 같은 지시 사항은 기가 막히게 알아듣는데, "우유 마실래?", "과자 먹을래?" 같은 '선택'이나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일 때가 있죠.
이는 '언어 수용(이해)'과 '언어 표현'의 발달 속도가 다르기 때문일 수 있어요. 아이는 '우유'라는 단어는 알지만, '마실래?'라는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응' 또는 '아니'로 대답하는 과정이 아직 익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시어는 행동으로 바로 옮기면 되지만, 질문에 답하는 것은 더 고차원적인 사고를 요구하거든요.
✔️ 시도해볼 것: 질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꿔보세요. "우유 줄까?" 하면서 우유를 보여주거나,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시범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의사 선생님은 괜찮다는데, 제 마음은 왜 이럴까요?
"병원에서는 아직 어리니 좀 더 지켜보자고 해요." 이 말을 듣는 부모님의 마음은 복잡합니다. 안도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걱정이 너무 유난인가?' 하는 자책감, '혹시 중요한 시기를 놓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교차하죠.
의사 선생님이 '지켜보자'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2세 전후의 아이들은 발달 편차가 매우 크고, 정상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행동과 자폐 스펙트럼의 초기 신호가 겹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섣부른 진단보다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아이의 발달 추이를 보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습니다.
불안해하며 인터넷만 검색하기보다는, '객관적인 관찰자'가 되어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 행동 기록하기: 어떤 행동이(예: 손목 돌리기)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래' 나타나는지 간단히 메모해보세요. (예: "저녁 먹고 신나서 춤출 때 30초 정도 손목 돌림")
- 영상 촬영하기: 걱정되는 행동이 나타날 때 짧게 영상을 찍어두세요. 백 마디 말보다 훨씬 정확한 정보를 전문가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 긍정적 상호작용 늘리기: 아이의 눈을 맞추고, 아이의 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아이의 작은 표현에 크게 반응해주세요. 이것이 아이 발달에 가장 좋은 자양분입니다.
인터넷의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는 참고용일 뿐,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몇 가지 항목에 해당된다고 해서 섣불리 아이에게 '자폐'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금물입니다. 아이의 발달은 전문가가 종합적인 검사와 관찰을 통해 신중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
오늘 이야기가 아이의 행동 때문에 밤잠 설치는 부모님들께 조금이나마 위로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답 없는 길을 가는 것과 같아서, 불안하고 막막할 때가 참 많죠. 하지만 기억하세요. 부모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아이에게는 최고의 발달 자극제라는 것을요.
더 궁금한 점이나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로 나눠주세요. 함께 이야기하며 힘이 되어드릴게요!